안양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이우형 감독님 이야기를 하게되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현재 안양에 있는 주전 선수들은 어느정도는 2부리그에서 증명된 선수들입니다. 올해는 폼이 오락가락 하지만 다들 꽤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을 보여줬던 선수들이었죠. 특히 올해 영입된 선수들이 그렇습니다. 백성동, 연제민, 황기욱, 김륜도 모두 2부리그를 챙겨보는 사람들은 다 아는 준수한 자원들이죠. 기존의 김경중, 홍창범, 백동규 같은 선수들은 작년에 이미 다 증명을 했죠. 문제는 올해 이 선수들이 일제히 폼이 무너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는 2부리그를 챙겨본 사람들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백성동을 생각해봅시다. 백성동은 1부리그에 가장 근접한 2부리그 선수입니다. 누구나 백성동 정도면 1부에서도 주전으로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폼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작년에 반짝한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죠. 그런 선수가 올해 유독 부진합니다. 선수 본인은 3백 전술이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힘들다고 하지만, 공격수가 굳이 3백이냐 4백이냐가 중요할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안양이 백성동 선수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백성동 선수의 장점은 볼을 가지고서 경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입니다. 백성동 선수는 오프더볼 움직임보다는 온더볼 플레이가 좋습니다. 작은 체구임에도 나름 볼키핑이 준수하고, 시야와 패싱, 그리고 킥력도 좋죠. 그래서 이전까지의 팀에서 백성동 선수는 측면이든 중앙이든 주로 공을 받고 본인이 공격 작업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주로 부여받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안양에서 백성동 선수의 플레이는 플레이메이커보다는 공격수에 가깝습니다. 지속적으로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려고 노력하며 박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다른 선수들과 연계보다는 직접 박스 안에 들어가서 골을 노리는 플레이가 많죠. 갑자기 백성동 선수의 성향이 바뀐 걸까요?? 백성동 선수는 왜 갑자기 공격수가 된 걸까요??
김륜도 선수도 봅시다. 김륜도 선수의 장점은 부지런함입니다. 일반적으로 부지런한 공격수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상대 수비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역할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점에서도 김륜도 선수는 성실했습니다. 하지만 김륜도 선수의 부지런함은 공격 작업에서의 부지런함입니다. 이 선수는 공을 받아주기 위해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공을 받고 내준 후에 침투도 열심히 합니다. 본인이 공을 받을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침투와 연계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부천과 안산에서는 이러한 김륜도 선수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다른 선수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요. 그래서 김륜도 선수는 측면에 배치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안양에서 김륜도 선수의 역할은 정확하게 조나탄 모야 선수의 백업입니다. 조나탄과 김륜도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김륜도 선수는 조나탄처럼 포스트 플레이와 골을 넣길 기대하고 그런 플레이를 하려고 합니다. 김륜도 선수도 갑자기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생긴 걸까요??
이처럼 부진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하나같이 이전에 해오지 않았던 플레이를 안양에서 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장점이었던 플레이를 그만두고 이전까지 잘하지 못했던 플레이들을 하니 당연히 기대치보다 못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선수들에게 이러한 플레이를 주문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저는 백3나 백4 등 포메이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감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선수의 장점을 잘 살려서 이를 조화롭게 융화시키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의 확고한 전술적 철학 아래서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유형입니다. 작년에 안양을 본 분들은 이우형 감독님이 전자의 유형이구나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는 선수의 장점을 활용하는 능력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애당초 전술적 철학은 없었고, 선수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니 무능력해 보이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이를 조화시키기 힘들다라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걸 무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즉, 현재 안양 스쿼드를 조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나, 본인의 확고한 철학하에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결론밖에 저는 나질 않네요.
안드리고 선수를 보면서 항상 안타까웠던 점이 그 점입니다.
안드리고 선수는 시야도 넓고, 패스길도 잘 보고 그 패스길로 패스도 정말 잘 넣어주는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안드리고 선수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2선에서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뿌려주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부여하면 많은 도움을 기록하며 안양의 득점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우형 축구에서는 그런 역할을 받아 장점을 이용하긴 커녕 3선 수준으로 내려 쓰면서 수비적인 부담도 지우고 이우형 축구 특유의 미드필더를 패싱하는 축구를 하며 볼을 잡을 일이 적어 뭔가 특출난 능력이 있어보이지 않으니 닐손을 내보내고 안드리고를 영입했다고 욕이나 먹고 있습니다.
안드리고는 자신의 능력을 잘 살려주는 감독만 만나면 K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