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시즌이 일찍 끝나게 되어서 참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역시 성적이 떨어지니 스트레스가 높았던 한해였습니다. 2020년 9위하던 때보다 더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즌이었네요. 어쨌든 기대와는 다른 예상대로 시즌이 일찍 끝나버렸고, 시즌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남깁니다.
1. 낮은 기대치, 예상대로의 경기력
올시즌 시작 전에 다들 기대를 많이 내려놓으셨을 겁니다. 팀의 주축을 이루던 선수들이 많이 이탈했기 때문이죠. 2년간 공격의 핵심 역할을 했던 김경중과 아코스티가 떠났으며, 안양의 든든한 뒷문 정민기도 떠났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약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으니 누구나 올해는 우승에 도전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즌 극초반의 분위기는 역시 예상대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죠
2. 첫번째 위기. 그리고 전화위복.
그리고 첫번째 위기가 옵니다. 주전 공격수 조나탄 모야의 갑작스런 이탈이었죠. 정말 좋아했던 선수였는데 참....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요. 오히려 모야의 이탈이 팀에겐 더 좋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전술의 핵이었던 모야가 빠지면서 우리 팀은 안드리고를 중심으로 공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야 중심의 공격보다 안드리고 중심의 공격이 훨씬 더 위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과도 그랬고요. 안드리고가 빠진 미드필더 자리는 수비력이 강한 황기욱-김정현이 맡으면서 팀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모야 이탈 이후에 오히려 팀 밸런스가 상승했고 순위도 함께 상승했죠. 그렇게 1위도 찍었습니다. 시즌 전에 낮았던 기대치는 이 시점으로 이미 폭등해버렸죠.
3. 두번째 위기. 그리고...
그렇게 잘 나던 팀에 또다시 악재가 닥칩니다. 또다시 전술의 핵 이탈하게 되죠. 안드리고는 바이아웃으로 중국으로 떠납니다. 모야의 빈자리를 적절하게 커버하던 박재용도 일주일 후에 떠나게 되었죠. 감정을 빼고 보면 안드리고의 이탈이 치명타였다고 생각합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안드리고는 많은 일을 하던 선수였습니다. 거기에 준수한 피니싱으로 위기에 득점도 할 줄 알던 선수였죠. 그러니까 더 큰 무대로 떠났겠죠. 하아....박재용 이탈은 뭐...그만하겠습니다.
첫번째 위기와 달리 두번째 위기는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 이후로 팀은 끝없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죠. 그렇게 순위는 점차 내려가고 승격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4. 세번째 위기......인가?
팀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이우형 감독님은 '자진사퇴'를 언급했습니다. 웃긴 건 분명히 감독님이 스스로 '자진사퇴'라고 말했는데도 팬들 중에 절반은 '설마'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팬들의 예상대로 감독님은 남아서 시즌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사퇴 인터뷰의 효과는 승점 3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큰 기술에도 고작 3점만 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네요.
5. 유종의 미
마지막 3연승으로 그나마 최악은 아닌 상태로 시즌은 마치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3경기 모두 우리보다 순위도 낮고 분위기도 엉망인 팀들이라서 너무 다행이었죠. 희망고문이 좀 있었습니다만 '희망고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 있는 법이죠.
축구는 맨날 똑같이 하는데 경기장 바깥은 왜이리도 시끄러운 시즌이었나 새삼 느끼게 되네요.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즌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든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FC안양 구단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에 와서 저는 감독-코치진보다 구단에 더 불만이 많이 생겼습니다. 올시즌 성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여름 이적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름 이적시장에 구단이 보여준 판단들은 승격을 노리는 구단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승격을 하고 싶어하지만, 승격을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무능한 구단의 모습이었죠.
우선은 방출 시점의 문제입니다. 안드리고, 박재용 모두 이적 자체도 문제지만 방출 시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적 시장 1주일도 안 남기고 모두 방출됐기 때문입니다. 대체제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구단이 이런 결정을 합니까? 어차피 망한 시즌에 선수 팔아서 이익이라도 남기자는 심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결정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급하게 영입은 해서 돈은 돈대로 또 써버렸네요?
보강 선수도 문제입니다. 감독님 전술상 포스트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브루노, 공민현 모두 포스트 플레이가 장점이 아니죠. 구단 여러분, 우리 같은 축구 지켜본 것 맞나요?? 라에르시오는 굳이 영입을 해야했나요? 여름에 데려온 선수 중에 제대로 뛴 선수는 이동수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그 이동수마저 사실 엄청 잘했다고 말하기엔 애매하네요.
팀의 모습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는가도 의문입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 포인트는 무엇이 됐든 골키퍼가 되었어야 하지 않나요? 제 생각에 올시즌은 골키퍼 때문에 잃은 승점이 꽤 되는 것 같은데, 구단 여러분들은 다른 경기를 보셨나요? 여름에 그 선수들 여럿 데려올 돈으로 골키퍼 한 명 데려왔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감독-코치진에 대해서 구단이 생각하는 바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하면 승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계속 가는 거겠죠 역시?
이런 생각들을 종합해보니 "FC안양 구단은 승격할 생각이 없나?"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승격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팀의 승리를 위해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하지 않을까요?
2. 감독님에게 아쉬운 점
이우형 감독님에게 애정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 압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근거없는 애정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경직된 전술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라도 개별적 특성은 다릅니다. 모야, 박재용, 브루노 모두 키 큰 원톱 자원입니다만 각자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죠. 제가 본 감독님의 팀은 개별적 특성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팀의 전술만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재능을 발현하지 못하고 희생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없는 살림일수록 개인의 특성과 장점들을 잘 조합해서 1+1=4, 5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감독님의 팀으로 단단해지는 것을 우선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는 쓸놈쓸입니다. 김륜도, 연제민 선수는 안양에 오기 전 안산의 핵심 선수였습니다. K리그2 리그 내에서도 꽤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었죠. 이렇게까지 외면받을 선수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적절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정도가 조금 심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쓰지 않을 선수라면 빠르게 방출하는 것도 방법이었을텐데 말이죠. 예로 든 선수가 저 두 선수일 뿐, 우린 스쿼드는 많은데 많은 선수들을 다양하게 쓰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단 명단은 서른명이 넘는데 베스트 일레븐은 매번 똑같았죠. 매번 불안한 박성수, 백동규, 박종현 선수를 계속 선발 풀타임으로 고집한 것 역시 다른 의미의 쓸놈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는 유망주 활용입니다. 첫번째와 두번째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결과라고 생각은 합니다. 개인적 특성보다 팀에 헌신하길 원하는 전술과 쓸놈쓸이 합쳐지니 유망주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김하준 선수를 공격수로 기용하는 것은 그런 이해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희귀한 왼발센터백 선수를 이렇게 쓰는 것은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지는 경기에서 본래 포지션으로 출전이라도 시켰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 마지막 소감
2020년에는 성적과 관계없이 황문기 선수를 보는 맛이 있어서 나름 후반기는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안드리고 선수가 나간 이후로 그런 선수가 전혀 없네요. 야고 선수가 가끔씩 멋진 플레이를 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으니....솔직히 지금의 구단 상황이라면 내년 시즌은 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매년 직관을 하고 말고를 떠나 구단 살림에 작은 보탬이라고 하려고 시즌권을 꾸준히 구매했는데, 지금 상태라면 내년 시즌권은 구매할 생각이 없네요. 희망을 볼 수 있는 2024 시즌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드리고는 바이아웃으로 이적한거라 구단은 어찌할방법이……
여름에 골키퍼 영입을 안한게 아쉽긴합니다